접接
- 치매행致梅行 · 153
홍해리
살구나무 대궁을 잘라내고
옆구리를 쪼개
매화 가지를 빚어 꽂고
칭칭 동여매면
살구나무가 매화를 품고
젖을 물린다
땅속에서 뽑아 올린 맑은 젖
그 힘으로
매화는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다
오목눈이가 저보다 덩치가 더 큰
뻐꾸기 새끼를 기르듯
살구나무는 매화를 키워
청매실을 주렁주렁 다는 것이다
사람도 이렇게 접을 붙일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가슴속 깊은 바닥
까맣게 타 눌어붙은 아픔도
한 송이 꽃으로 피워낼 수 있으련만!
- 시집 『매화에 이르는 길』 , 움, 2017
단지 몸과 몸이 붙어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니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만큼 많은 접촉接觸의 밤낮을 지나왔다. 눈물과 웃음으로 걷다 보니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가서 붙었는지 당신이 내게 와 붙었는지 알 수 없다. 망각의 세월을 건너다 문득 더듬어보는, 접椄의 만남 혹은 접接의 시간이다.
신접新接의 몸짓은 아니어도, 은밀하게 품었던 말 한마디 슬그머니 꺼내며 산다. 가만히 손잡고 접붙이는, 늙어도 여전히 예쁜 당신! 이 고백에는 금세 꽃으로 핀다. 접椄으로 처음 만난 우리는 함께 부대끼는 접接의 시간을 더 간절하게 읽을 때다. 가지와 잎이 변하고도 꽃의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출처 : 금강하구사람
글쓴이 : 금강하구사람 원글보기
메모 :
接은 '이을 접'이고 椄은 '접붙일 접'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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