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마지막 편지 - 치매행致梅行 · 264

洪 海 里 2017. 7. 23. 17:07

마지막 편지

 - 치매행致梅行 ·  264


洪 海 里




마음 다 주었기로
할 말 없을까.

천금보다 무거운
물 든 나 뭇 잎 한 장 떨 어 진 다.


꿈이나 눈부실까
내 주변만 맴돌다,


아내는 지쳤는지

다 내려놓고 나서,

 

마지막 가슴으로 찍는 말
무언의 '할말없음!'



  * 무엇이 남았을까

덜어주고 남은 말이 궁금할 때마다 나는 귀를 기울였지만, 이후로 당신의 말은 말 없는 말이었다.

눈빛의 언어 또는 몸을 뒤척이는 일은 당신이 나중까지 남겨놓은 말이다.

그러니 내가 가까이 가는 모양은 소리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눈에 눈을 대고 들어가 마음의 언어를 읽는다.

기우는 몸을 붙잡고 몸이 내려놓는 말을 받는다.

눈을 마주치고 낮은 자세로 받아 적는 말이 오늘은 마지막 편지인가 싶다가도 내일 또 쓴다.

그보다 더 가까이 그보다 더 아래로 가라앉은 말을 찾아 엎드릴 것이다.

 

  소리로는 감지할 수 없는 말을 찾는 사람이 시인이다.

내 시는 오늘 무언의 눈동자와 몸을 적는다.

지아비로만 살아도 당신의 말 떨어지는 곳에 있을 텐데, 이렇게 시인으로 살아서 무언의 '할말없음!'”을 받아 적는다.

말 없는 말 감지하지 못하면 시인도 아니다.

   - 금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