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커니 잣거니』(미간)

신언잠新言箴

洪 海 里 2017. 11. 28. 15:31

신언잠新言箴

 

洪 海 里

 

 

세상에 입맛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남을 탓할 일 하나 없지

굽이칠 땐 굽이치고 흘러갈 땐 흘러가면서

때로는 흐트러지기도 하면서

정신도 놓아버리고 가끔은 딴전도 벌여야지

초장부터 끝까지 뻣뻣해서야 어이 쓰랴

천천히 느긋느긋 걸어가다 보면

솔찮게 만나는 하찮은 것들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한마디 말도 건네야지

얼마나 간절해야 꽃이 피겠는가

얼마나 곡진해서 꽃이 지겠는가

피곤에 전 이들을 만나거든

어깨도 한번 두드려 주고 인사도 하며

걸어온 길을 잠시라도 되돌아보아야지

네 푸르던 마음 하나 꺾어 왼쪽 가슴에 꽂고

혼자서 들어보라 그리운 네 자신의 소리

네 깊은 속에서 울고 있는 목소리를

'한평생 사는 일 별것 아니다'라고,

가 아니면

보도 듣도 말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니

숨이 막혀 어찌 살 수 있으랴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고

웃고 싶을 때 실컷 웃을 수 있기를!

- 월간《우리詩》2023.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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