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새를 잡다
洪 海 里
수조의 연잎을 착륙장으로 알았을까
잎에 떨어진 미꾸라지 먹이를
쪼아먹으려다
물에 빠진 어리고 여린 새끼 참새
다리를 뻗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천근만근이 된 작은 몸뚱어리로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 높고
물은 깊기 천 길이었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요
하늘인 줄 알았는데 물속이었다
때늦은 점심이었을까
아니면 저녁이었을까
아기새 두 날개를 가지런히 모으고
다리를 쭉 뻗은 채 이승을 잃었다
아니 잊었다
"이게 뭐야!" 하고 들여다보다
얼른 꺼내 대나무 아래 묻어 주었다
새는 노랑어리연과 놀 수 없었다
날개는 물갈퀴가 아니라서
하늘도 물에 젖어버렸다
쓸쓸한 적막이 하늘을 가려버렸다.
* '따뜻한 소식' 435호(www.onday.or.kr)에서 옮김.
2020.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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