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 - 치매행致梅行 · 309

洪 海 里 2018. 3. 1. 03:36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

- 치매행致梅行 · 309


洪 海 里



맛깔진 배추김치 다 꺼내 먹고

김칫독에 그대로 남아 있는

우거지가 우거짓국이 되어

입마른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데

허연 골마지만 잔뜩 피어 있는

우멍거지 같은 내 영혼

남녘엔 청악매가 벌써 피었지만

어찌 여태껏 한겨울 적막강산인지

때로는 고목에도 꽃 피는 세상

봄은 가고 오지 않는가, 아내여

한 해를 기다리면 명년엔 꽃이 필까

봄이 와도 꽃소식은 없고

때아닌 눈이 종일토록 내리퍼붓네

설이雪異 분분粉粉 설이 분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