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간병 - 치매행致梅行 · 307

洪 海 里 2018. 2. 18. 10:59

간병 

- 치매행致梅行 · 307


洪 海 里



말도 못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어찌 남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엄두가 나지 않는 일,

마음속 깊이 갈앉은 돌덩이 하나

내가 들어낼 수밖에야


아픈 것도 모르고 누워 있는 사람도 있는데

힘든다는 말 하지 말자

식욕 부진

체력 저하

수면 부족

당연한 일 아닌가


제정신 아닌 날이 어찌 없으랴

어차피 혼자 겪다

무인도가 되어 고립된 채

삼수갑산 적막으로 어둠침침하나

가야 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가슴이 조여들고

마음 한구석이 무너진다 한들

남은 시간 지켜 주고 싶어

곁에서 함께하자 하느니

어찌 화를 낼 수 있겠는가


두벌일 하지 말자 해도

어둑새벽부터 시작되는 하루치

밤낮이 따로없이 끄느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