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잘 놀자! -치매행致梅行 · 306

洪 海 里 2018. 2. 13. 04:56

잘 놀자!

-치매행致梅行 · 306


洪 海 里





올 한 해도 잘 놀자 놀아 보자

'마지막 잎새'처럼 흔들리지 말고

떨지도 얼지도 말고

놀명놀명 대충대충 살아 보자

홈쇼핑 광고 시간처럼은 말고

뒤를 돌아보고 앞도 내다보며

슬픔과 후회, 불안과 우울도 날려 버리고

살아 숨쉬고 있는 것만도 감사하지

좀 뒤에 가면 어때 늦으면 또 어떤가

둥근 식탁에 마주앉아

비빔밥이라도 만들면서

한판 걸게 웃음도 날리면 좀 좋으랴

희망도 한 숟갈 슬픔도 한 술

두려움도 그만큼 행복도 그만큼

고추장 팍팍 떠 넣은 다음

쓱쓱 비벼 눈물나게 씹으면 살맛 나리니

좀 덜 치열해도 삶은 어차피 마찬가지

오늘은 둘이서 비빔밥이나 비벼 대며

살아 보자 잘 놀아나 보자

우리 집에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