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울컥 - 치매행致梅行 · 313

洪 海 里 2018. 3. 11. 16:09

울컥

- 치매행致梅行 · 313


洪 海 里



뭔가 해 줘야 하겠는데

해 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내 홀로 누워 있는 방

바람도 오지 않고

햇빛도 궁핍

별도 보이지 않습니다

고요와 적막

번갈아 와서 잠시 둘러보고

멍하니 바라다보다

죽음보다 더 무거운 슬픔 한 조각

더 얹어 주고

침묵을 가지고 놀다 물러납니다

가슴속 가라앉은 돌멩이 하나

도저히 들어낼 수 없어

말이란 바로 마음이려니 하지만

어두운 시간을 밝힐 말 한마디

나를 비껴가는지

허공중에 빈말 하나 떠돌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