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2018)

레미콘과 워낭 - 치매행致梅行 · 314

洪 海 里 2018. 3. 13. 00:28

레미콘과 워낭

- 치매행致梅行 · 314


洪 海 里




레미콘은 ready-mixed concrete를 이르는 말,

워낭은 소의 턱밑에 달아 놓은 방울이다


시멘트와 골재를 미리 배합한 콘크리트를 운반하는

믹서차 또는 트럭믹서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머리를 쥐어짜도,

아무리 굴려 봐도 생각나지 않던 이름이

퇴근 길에 레미콘 트럭을 보자 퍼뜩 떠올랐다

다음날 또 쥐 숨듯 사라지고

내 머리는 출렁이는 바닷속이 되고 말았다


저녁을 먹다 방울을 딸랑이며 집으로 돌아가는

정겨운 시골 풍경이 무뜩 떠올랐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소가 보이고

방울소리도 딸랑딸랑 들리는데

방울 이름이 영 생각나지 않아 밥맛 입맛

모두 집을 나가 버렸다

'이름이 뭐지? 소방울, 요령, 종, 요낭~~~?'


이러다 내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닌지

어제와 오늘

시골과 도시

나는 지금 어디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