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井邑詞
洪 海 里
1.사내의 말
나라가 저자요
저자가 젖었으니
내 어찌 젖지 않을 수 있으랴
밝디 밝던 달빛 사라지고
어둔 길 홀로 돌아가네
한낱 꿈길이라는 인생살이
눈물나라일 뿐인가
떨어진 미투리
버선목의 때
가래톳이 서도록 헤매여도
술구기 한 두 잔에 정을 퍼주는
들병이의 살꽃
한 송이 꺾지 못하고
빈대 벼룩에 잠 못 이룰 제
주막집 흙벽마다
붉은 난초만 치네
풀어진 신들메
황토길 넘어가는 칼칼한 목
정 어리는 주모
방구리 인 통지기
아래품 해우채도 못 되는
등짐만 허우적이며
저자거리에 젖어 있는
나, 이제 돌아가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2.계집의 말
달돋는 밤이 오면
산 위에 서네
고갯마루 목 빠지게
머리푼 달빛만이 천지에 가득하고
저자거리 아랫녘 장수
허방다리 허물어지던
당신의 그림자
중다버지 떠돌이 더펄더펄
밤이면 눈물로 젖고
낮이면 돌로 서네
가슴에 지는 꽃잎 새 되어 날아
젖은 날개 퍼덕일 때
당신 계신 젖은 나라
햇빛나라 금빛나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 시집 『대추꽃 초록빛』(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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