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수련睡蓮 그늘/ Elise Michell

洪 海 里 2018. 6. 29. 19:26

  수련의 계절


  수련의 계절이 또 다가왔다. "수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화가 클로드 모네.

프랑스 인상파의 거장인 그는 생애 마지막을 파리의 외각 지베르니에서 보냈다.

일본식 연못을 지어놓고 명상과 산책을 하며 20년을 넘게 집요하게 수련 연못만을

고집해서 그렸다, 19세기 근대 미술에서 20세기의 현대 미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클로드 모네를 주축으로 한 프랑스 인상주의는 미술사조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야외에서 빛의 순간적인 흐름만을 포착하여 작업을 했던

그를 나는 "빛의 마술사"라 부르고 싶다.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면서 떠오르는 한국의 시인 한 분이 있다. 언어를

자유자제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모네가 빛의 마술사라면 나는 그를 "언어의 마술사"라고 칭하고 싶다.

그의 시는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가 웃겼다가 또한 설레이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북한산 아래 우이동에 자리잡고 사신 지 40년이 넘었다는

홍해리 시인. 그를 통해 난 오늘 어딘지 모르게 인상파의 거장 모네를 본다. 
그의 아름다운 명작 시 "수련 그늘"을 6년 전에 다녀왔던 지베르니의 모네의

  집 뜰과 수련 연못의 사진과 함께 올린다.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고 모네의 뜰도 홍해리 님의 수련 그늘도 함께 감상 해 보시길...


수련睡蓮 그늘


洪 海 里



수련이 물 위에 드리우는 그늘이

천 길 물속 섬려한 하늘이라면

칠흑의 아픔까지 금세 환해지겠네

그늘이란 너를 기다리며 깊어지는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아니겠느냐

그 속에 들어와 수련꽃 무릎베개 하고

푸르게 한잠 자고 싶지 않느냐

남실남실 잔물결에 나울거리는

천마天馬의 발자국들

수련잎에 눈물 하나 고여 있거든

그리움의 사리라 어림치거라

물속 암자에서 피워올리는

푸른 독경의 소리 없는 해인海印

무릎 꿇고 엎드려 귀 기울인다 한들

저 하얀 꽃의 속내를 짐작이나 하겠느냐

시름시름 속울음 시리게 삭아

물에 잠긴 하늘이 마냥 깊구나

물잠자리 한 마리 물탑 쌓고 날아오르거든

네 마음 이랑이랑 빗장 지르고

천마 한 마리 가슴속에 품어 두어라

수련이 드리운 그늘이 깊고 환하다.


이미지: 꽃, 식물, 나무, 하늘, 실외,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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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의 정원. 2018. 6. 29. Elise Michell의 페북에서 옮김.



*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 위의 다리’. 18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