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풀꽃
'아가씨의 아름다운 자태'는 짧은 순간이었다.[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수박풀의 고향은 중앙아프리카였는데 우리나라에 관상용으로 들어왔다가 야생화가 된 꽃입니다. 이파리가 수박잎을 닮아 이름은 '수박풀'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피어났다가 정오가 되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꽃, 아주 짧은 시간만 피었다 지는 꽃입니다. 그것도 날씨가 좋아야 그렇고 비라도 내리면 빗방울에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빗방울에 꽃잎이 상해서 제대로 피지 못하는 연약한 꽃입니다. 꽃말이 있는 꽃도 있고 없는 꽃도 있지만 수박풀의 꽃말은 '아가씨의 아름다운 자태'라고 합니다. 누가 붙여준 지 모르겠지만 아침나절 피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야리야리한 꽃을 보면서 아가씨들의 아름다운 자태도 인생 전부를 놓고 보면 지극히 짧은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그런 꽃말을 붙여주었는가 봅니다.
365일, 365가지 꽃을 정해 놓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든 것이겠지만 그저 아무 꽃이나 정한 것이 아니라 피어나는 시기와 꽃말 등을 배려해서 탄생화를 정했습니다. 수박풀은 8월 3일에 해당되는데, '당신은 지금 낭만주의자입니다.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아름다움을 지키십시오. 반드시 행복한 날이 올 것입니다'(참고 http://iwow.co.kr/page6/fldaily/08aug.htm)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연하디 연한 꽃잎은 작은 빗방울에도 상처를 받지만 결국에는 열매를 맺으니 낭만주의자 수박풀이라는 설명이 그럴 듯합니다.
수박풀의 열매에도 수박에 난 줄처럼 세로줄이 있습니다. 여름 햇살이 투영되는 것을 보면 호롱불을 켠 듯하고, 옹골차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사람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듯도 합니다. 수박풀꽃은 마치 양귀비꽃을 보는 듯했으나 그보다는 더 연약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피어 있는 순간만큼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꽃말 '아가씨의 아름다운 자태'가 너무 잘 어울리는 꽃말 같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것입니다. 그것이 외적인 것이든 내적인 것이든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결국 속내도 겉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는 것이니 외면적인 아름다움을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성형미인들이 많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형을 통해서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과연 외형을 가꾸는 일에 열중하는 만큼 우리의 속내도 가꿔가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물론 포장에 따라 물건의 가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포장으로 인해 쓸데없는 비용을 감당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날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가 '포장'하는 데 사용된 것들이라고 합니다. 포장과 관련된 것들만 적절하게 사용해도 많은 부분 환경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포장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포장이 잘 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문제는 알맹이와 포장의 가치전도입니다. 오늘날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허위학력과 관련된 소란들도 포장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이지요. 포장이 하나둘 벗겨지고, 알맹이가 드러났을 때에도 아름다운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예전 학창시절 게임을 할 때 커다란 라면박스에 껌을 하나 넣고는 신문지를 잔뜩 넣어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해서 시상품으로 내어놓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커다란 박스에 담긴 상품을 타기 위해 열심히 게임에 참여를 하지요. 나중에 상품을 받고는 허탈해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놀이였습니다. 커다란 박스의 포장지를 다 벗겨내고 난 뒤의 허탈함, 게임에서야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우리네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삶의 한순간 한순간은 지극히 짧습니다. 그 순간의 아름다움, 그것을 잘 지켜내는 사람들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모두가 짧은 순간처럼 느껴지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돌아보면서 '참 아름다웠던 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김민수 기자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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