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몸과 마음 - 치매행致梅行 · 302」/ 유진(시인)

洪 海 里 2018. 7. 26. 14:55

「몸과 마음 - 치매행致梅行 · 302


슬픔에 젖은 고요의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아픈 눈망울을 내려다보다
내 눈에 그만 물이 맺히고 마네
아픔이 꽃이 되는 것은
겪으면서 견디고 기다린 세월의 힘이요
슬픔이 놀처럼 사라지는 건
마음을 열고 다 버린 연화年華의 덕이니
끝없는 미궁 속에서
대낮에도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내 마음의 별자리가 멀어서일까
소금도 쉬는 세상인데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라 한들
어찌 내가 흔들리지 않겠는가
늦었다 생각될 땐 이미 늦은 것
지나고 나야 겨우 깨닫는
이 미련하고 비천한 나의 우둔함이여
궁싯궁싯 밤새도록 가슴에 안고 뒹굴어도
몸은 내 것이 아니고
더불더불 사람 사는 세상
내 마음이 갈 비단길은 보이지 않아라.

ㅡ홍해리「몸과 마음 - 치매행致梅行 · 302」 2018년『우리詩 7월호



  얼마나 겪으면서 견디고 얼마만큼이나 기다리면 아픔도 꽃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세월만 보낸다고 저절로 되는 걸까? 슬픔이 사라지는 건 결국 마음을 관조하고, 마음의 요체를 깨닫고, 마음의 결을 잘 다스리고, 해결책을 터득한 결과가 아닌가.    
실체實體가 없는 마음의 요체要諦를 깨닫는 것은 자신의 실체를 잃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마음의 요체를 모르는 무명無明은 대낮에도 길을 잃고 헤매는 것처럼 암담하고 비참한 일이다.
  치매癡呆를 치매致梅로 승화시키고, 어둡고 캄캄함 아내의 영혼을 ‘매화에 이르는 길’로 안내하는 일이란 마음의 요체를 깨달은 노시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닌 일체이지만 영적, 지적 수준이 경지에 이르면 몸과 상관없이 마음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궁싯궁싯 밤새도록 가슴에 안고 뒹굴어도 몸은 내 것이 아니고’
  흔히 말하는 세상적인 비단길은 이미 보이지 않지만, 때때로 흔들리는 사랑을 데리고 아내의 치매
癡呆와 함께 걷는 치매행致梅行이기에 시편마다 한 구절 한 구절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리라.

- 유 진(시인) / 월간《우리詩》2018.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