如是我聞
정 진 희
“나는 이와같이 들었습니다.”
「남편들이여! 아내를 이렇게 대접하라.」
-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치매행」 86편, 「집사람」
치매행* 시편에서 살아 있는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무너미골(수유리 옛이름) 산기슭에 팔순이 다 되어 가는
늙은 지아비 하나, 그는 致梅에 이르는 길,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 아이로 새로 태어난 아내**를 위하여
눈물과 한숨, 지극한 정성으로 하루하루를 봉헌하오니
이런 하늘은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부처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추억이 남은 삶의 동력이거늘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텅 빈 슬픔이여" , 「매화에 이르는 길」, 치매행 168편“빈집 한 채”
나의 강고했던 가부장적 독선이 “치매행” 시편의 말씀을
듣고서 이제야 깨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5년간 늑막염으로 시작된 나의 투병생활은
결핵 발병, 완치, 재발병, 오른쪽 폐 절제수술로
이어지는 혼돈의 삶이었습니다
아내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간호하고
삼시 세 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여 저를 살려냈습니다
어느덧 건강이 웬만하게 회복되었는데도
삼식이 새끼는 당연하게 받아먹고 있습니다.
이제 아내는 밥하기 싫다고 합니다
싫은 것 쌓이면 아예 정신줄 놓을까 걱정입니다
아내는 어쩌면 뇌 세포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르르 사르르
내 아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아, 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개만도 못한 새끼입니다
수십 년 얻어먹기만 했지 아내에게 언제 밥 한 번 해줘 봤나요?
여보, 이제 밥 짓는 수고 내려놔요 당신은 휴식이 필요해요! “
지난 세월 남편은 돈만 벌어오면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어요.
돈 버는 것보다 더 힘들면서 표 나지 않는 게 아내의
가사 노동이었습니다
아내, 어머니라는 그 자리의 곤고함이여!
이제는 더 이상 “희생의 고귀함”으로 그들을 높이는 대신,
자기 삶이 있는 한 사람의 여자로 배려해야 합니다
밥은 사람의 몸을 살리지만,
사소한 배려는 영혼을 살리는 것.
균형잡힌 인품은 사람에게 사소한 배려를 할 줄 압니다.
그 사람은 아내를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음을
"치매행" 시편에서 보여 줍니다
너는 세상에서 살 때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 주었는냐?
그때 나의 사랑이 심판받을 것입니다
늙은 지아비는 아내를 위하여 온 마음과 몸을 소신공양하고
이제 나란히 누워 하늘나라로 가는 날, 자식들에게 눈물의
시 한 편을 미리 남깁니다
나는 그 날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 어느 날/ 둘이서 나란히 누워 있다고/ 놀라지 말 일이다
//세상이 다 그렇고/ 세월이 그런 걸 어쩌겠느냐//
말이 없다고 / 놀라지 마라/ 이미 말이 필요 없는 행성에서//
할말 다 하고 살았으니/ 말이 없는 게 당연한 일//
천지가 경련을 해도/ 그리워하지 마라/ 울지 말거라//
유채꽃 산수유꽃 피면 / 봄은 이미 나와 함께 와 있느니."
「매화에 이르는 길」 치매행 218편, 「자식들에게」 전문
울고, 공감하고, 막막했던 “치매행” 시편, 1편에서 230편까지
모두가 살아 있는 부처님 말씀이요, 내 삶의 경전입니다
如是我聞,
"나는 이와같이 들었습니다."
「남편들이여! 병든 아내는 이렇게 대접하라」
- “이렇게 된 것은, 바로 내 탓, 내 탓입니다!” 「치매행」 80편, 「탓」
* 홍해리 시인님의 시집 『치매행致梅行』, (1-150편) / 『매화에 이르는 길』 (151-230편).... 치매행 시편 230편 전편
** 「치매행」 시집 시인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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