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적막
- 치매행致梅行 · 259
洪 海 里
겨울 산은 높이가 있어 맑기 그지없고
깊이가 있어 적막하기 짝이 없다.
다 내려놓은 나무들
산을 꼭 껴안고 있어 산은 춥지 않다.
천년이, 만년이, 하루였으니
달빛은 얼마나 무량한가.
눈도 멀고 귀도 먹어
좌망坐忘하고 있는 겨울 산 올올兀兀하다.
어찌하여
사람은 나일 먹어도 그리 되지 않는가?
-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도서출판 움, 2018
* 얼마나 오래 산으로 살아야 맑은 적막으로 들어갈까.
하늘 아래 천년으로 앉아 몸에 붙은 생각의 터럭을 날리고, 그러고도 군데군데 기생하는 잡념까지 다 덜어내면 나는 비로소 산이다.
겨울 산으로 앉은 사내 외로움도 달빛으로 씻은 사내는 눈 감고 귀도 닫아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다.
맑아지고 맑아져 우두커니, 한겨울 우두커니 오두막에 앉아
적막했던 산에 진달래 지천으로 피어오르던 날에도 몸을 서둘러 일으키지 않는다.
좌망 끝에 들려오는 당신의 한 마디 그리울 뿐이다. 나
이 먹어도 한 번씩 꿈틀거리는, 목소리로 오라.
이처럼 맑은 고요를 깨뜨리는 이, 나를 안아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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