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난蘭과 수석壽石

洪 海 里 2019. 1. 4. 04:26

 

 

                         수석壽石

 

洪 海 里

 

 

한때 나는 난초에 미쳐 살았다

그때 임보 시인은 돌을 안고 놀았다

 

내가 난을 찾아 산으로 갈 때

그는 돌을 찾아 강으로 갔다

 

내가 산자락에 엎어져 넝쿨에 긁히고 있었을 때

그는 맑은 물소리로 마음을 씻고 깨끗이 닦았다

 

난초는 수명이 유한하지만

돌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다

 

난을 즐기던 나는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고

그는 돌을 가까이하여 멀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의 시는 찰나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었고

그의 작품에는 영원의 향수가 향기롭게 배어 있다

 

한잔하면 나는 난초잎처럼 흔들리는데

그는 술자리에서도 바위처럼 끄떡없다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 가만히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씩 기울이고 있다.

 

 

                   * 林步하니 洪海里에 닿고 洪海里를 지나 林步하다.(숲속을 걷다 보니 너른 바닷가 마을에

                     닿아 쉬고 넓고 넓은 바닷가 마을을 지나 숲속을 거니노라.)

 

              - 시집『독종』(2012, 북인)

 

 

 

                             * 사진/ 단양시인마을

 

 

이 시는 홍해리 선생님이

30여 년의 지기인 임 보 시인과의 관계를 노래한 것이다.

홍해리 선생님은 난을 좋아하셨고

임 보 선생님은 수석을 좋아하셨다 한다.

 

두 분을 가까이 지켜보노라면 특별한 말 없어도

어떤 교훈이 절절히 전해져 온다.

두 분 스승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라일락 나영애

 

 

   * 위의 시「난 수석壽石에는 무한한 생명을 지니고 영원의 향수가 배어 있는 수석을 좋아한 임보 시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시는 “찰나적인 적이 주류를 이루었고” “눈앞의 것밖에 보지 못했”기에 “넝쿨에 긁히고 있었”지만 “난과 수석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조화란 어떤 것인가, 차이는 또 무엇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눈 밝은 가을날 석란화 한 점을 들여다보며/ 넷이서 마주앉아 매실주 한잔 기울이”는 조화로움을 떠올리는 즐거운 깨달음을 얻는다고 고백한다.    - 박숙경. 

 

 

* 시집 출판 기념 모임 / 2019. 5. 10. 시수헌에서 이대의 시인 촬영.

 

 

* 2010년 삼각산시화제에서.

 

* 2023.12. 27. 황금성에서.

'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꽃여자 1~5  (0) 2019.01.06
첫눈  (0) 2019.01.04
샘을 품다  (0) 2019.01.04
다시 가을에 서서  (0) 2019.01.03
  (0) 2019.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