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무위無爲의 시詩

洪 海 里 2019. 1. 6. 04:46

 

 

 

무위無爲의 시

-

愛蘭
   

洪 海 里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ㅡ
너는 언제나 무위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새벽이 오면
상처 속에서도 사랑은 푸르리니
자연이여
칠흑 속에 박힌 그리움이여
화성華星의 처녀궁에서 오는
무위의 소식
푸른 파도로 파도를 밀면서 오네.

- 시집『愛蘭』(1998)
 

 

 

   * 노자 철학에서 가장 중추적인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은 “꾸미거나 속이거나 순리에 맞지 않게 억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노자의 경전인 도덕경에는 無爲라는 단어가 수많이 등장한다. 특히 爲라는 한자를 거짓(僞)의 의미로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천하가 다 아름답다고 알고 있는 것이 위미(爲美-꾸며진 아름다움)라면 이것은 오(惡-추함)요, 천하가 다 선하다고 알고 있는 것이 위선(爲善-꾸며진 선)이라면 이는 불선(不善)”이라 했다. 
  무위의 가장 표상적인 것이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무리없이, 합리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水)이 바로 그러하다.


너는 늘 가득 차 있어/ 네 앞에 서면 나는 비어 있을 뿐…/ 너는 언제나 무위無爲의 시/ 무위의 춤/ 무위의 노래/ 나의 언어로 쌓을 수 없는 성/ 한밤이면 너는 수묵빛 사색의 이마가 별처럼 빛나/ 나는 초록빛 희망이라고/ 초록빛 사랑이라고/ 초록빛 슬픔이라고 쓴다// 새벽이 오면 상처 속에서도 사랑은 푸르리니/ 자연이여 칠흑 속에 박힌 그리움이여/ 화성의 처녀궁에서 오는 무위의 소식/ 푸른 파도로 파도를 밀면서 오네. 

-「무위無爲의 시」


  비워야 다시 채워지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가끔은 각박한 현실의 아집과 집착에서 벗어나 머리를 비우는 것도 소중한 의미가 있다. 아무 일도, 생각도 않고 쉬어가는 잠시나마의 여유야말로 영육간 재충전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에겐 가급적 번잡한 연락을 하지 말자.

   - 이용우(부동산 캐나다 한인뉴스 사장)     

 

* 무위의 시

늦여름 흰구름이 간간히 떠도는 오후 머루덩굴 아래 빨간 우체통에 들어있는 시집이다

서울 우이동 골짝에서 여기로 평행이동 한 것이리라

펼친 책에서 무위의 시가 나온다

장자와 노자가 좋아했던 무위의 도가 이제 노시인에게는 시가 된 것이다

그러나 말보다 행위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침묵은 이미 금이 아니다

시라는 말도 어려운 시대에 무위의 시라니 어쩌란 말인가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는 광속으로 달려도 지구 은하계도 넘을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세월에서 무위의 시를 따라 무위의 도를 타면 단숨에 저 안드로메다 은하계도 다녀오는 것이다 가득 차 있는듯 텅 빈 무위의 도는 아마도 사람과 우주를 잇는 인드라망일지도 모른다

잠시 무위의 시를 타고가는 화성의 처녀궁 여행은 어떨까?

- 노민석 페북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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