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선화공주善花公主

洪 海 里 2019. 1. 7. 10:14


 

 


善花公主


洪 海 里


 

종일 피릴 불어도
노래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천년 피먹은 가락
그리 쉽게야 울리야만
구름장만 날리는
해안선의 파돗소리.

물거품 말아 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순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모가지를 매어달리는 빛살
천년 서라벌의 나뭇이파리.

달빛을 흔들어 놓고
조상네 강물을 울어
손가락 입술까지 적신다만
금빛 가락 은빛 가락은
눈물 뿌리던 사랑.

먼지 쌓이는 한낮에 놀다 가는
그림자뿐.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선명문화사)

   * 이 작품의 소재가 ‘선화공주’라는 인물이라고 해서 이 작품이 단순히 전통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시인은 선화공주와 서동에 얽힌 사랑에 관한 노래를 감상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현대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시인이 바닷가에서 ‘종일 피릴 불어도’ 옛노래의 사랑의 가락은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그곳에서 시인이 보는 ‘바닷가운데 순금 한 말’은 ‘속가슴’으로 흘러오는 ‘천년 서라벌’의 ‘금빛 가락 은빛 가락’이겠지만 그것은 시인에게 새로운 노래로 부활하지 않는다. 시인은 단지 그곳에서 ‘먼지 쌓이는 한낮에 놀다가는/ 그림자’일 뿐이다. 시인은 전통적인 가락에서 ‘모가지를 매어달리는 빛살’을 보고 ‘손가락 입술까지’ 동화되어 가는 자신을 느끼지만 그것은 그저 ‘눈물 뿌리던 사랑’이었으므로 더 이상 옛노래에 연연하지 않는다. 전통은 금가락지처럼 빛나고 아름답지만 시인은 그저 그 빛 속에서 그림자로만 남는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을 아마도 선생이 이 작품 이전에 썼을 전통지향적인 경향과는 다른 시세계에 대한 탐구의 시발점으로 읽는다. 전통과 토속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은 이후 선생의 시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지만 전통적인 서정시의 문법과는 변별되는, 이미지와 생동감 있는 리듬을 바탕으로 한 심미적 세계의 가치 추구라는 홍해리 시세계의 출발은 이미 초기시부터 형성되었던 것이다.

   - 신현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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