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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의 집은 각종 난분으로 가득했었다는데 아쉽게도 구경을 해보지 못해서 그 장관을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선생이 단지 호사가의 취미로 난을 모았던 것은 아니다. 선생에게 난은 단지 군자의 애완물이 아니라 우주의 근원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난의 개화 앞에서 시인은 ‘눈을 감고 눈을 뜬다.’ 육체의 눈을 감고 영혼의 눈을 뜨면 세속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존재의 근원이 비의의 모습을 보인다. 그때의 공간이 내장산이건 저자거리건 상관없이 ‘영원은 고요로이 잠들’고 삼라만상이 투명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시인은 꽃 한 송이 속에 천지의 조화를 엿보는데 ‘여인의 중심’과 ‘남근’의 어우러짐이 그것이다. 음양의 어우러짐은 결국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가 아니던가.
- 신현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