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명자꽃

洪 海 里 2019. 1. 8. 17:32

명자꽃

 

洪 海 里

 

 

꿈은 별이 된다고 한다

너에게 가는 길은

별과 별 사이 꿈꾸는 길

오늘 밤엔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뜬들 또 뭘 하겠는가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이라고

별것 아닌 듯이

늘 해가 뜨고 달이 뜨던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은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

밤이 오지 않는데 별이 뜰 것인가

잠이 오지 않는데 꿈이 올 것인가.

 

- 시집 『황금감옥』(2008, 우리글)

 

 

 

* 박동남 시인 그림.

 

  * 명자꽃은 귀신을 불러오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기억을 불러오고, 사람을 과거 속에 서성이게 하는 꽃. 그래서 옛 선비들은 명자꽃을 마당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꽃의 힘. 기억 속으로 잡아끄는 것들이 다만 명자 꽃뿐이겠는가. 시인은 원래가 몽상가들이다. 시인의 몽상은 하늘 안 어느 곳에서도 꽃을 피우고, 구름을 불러와서 시간을 무화시킨다. 꿈과 별과 꽃들은 모두 시인의 손끝에서는 사람으로 의인화되기 마련이다. 시인이 그녀에게 가는 길은 꿈 길 외엔 길이 없다. 그런데 도무지 잠이 찾아오지 않는 오늘. 그녀에게 가는 길은 다시 막막해졌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랑이란 지상에 별 하나 다는 일”. 별 하나 지상에 밝게 켜 들고 앉아서 꽃을 기다리는 일. 그것을 시인은 사랑이라 믿는다. 별이 뜨지 않는 밤, 잠이 올 것인가. 잠들지 못하는 밤, 꿈이 찾아오려나. 시인의 사랑은 너무 멀어서 명자, 명자, 아무리 불러봐도 그 이름은 멀기만 하다.   - 손현숙(시인)

  * 명자꽃, 봄꽃 중에서 붉은 꽃을 고르라 하면 명자꽃입니다. 봄날 붉은 저것이 동백인가 싶기도 하고 홍매화인가 싶기도 한데 실은 명자꽃입니다. 흔하디흔해서 '아무개' 대신 써도 될 것 같은 이름, 명자. 명자꽃은 서럽게 붉습니다. 오늘은 그 명자를 불러봅니다.

   흰꽃은 흰 대로, 붉은꽃은 붉은 대로, 명자꽃은 사람 마음을 흔드는 묘한 꽃이긴 하지만 무

 

엇보다 그 이름 때문에, 꽃보다 먼저 명자라는 그 이름 때문에 더 사람 마음을 흔들기도 하는

 

참 묘한 꽃이지요.

 

‘환한 얼굴의/ 명자 고년 말을 했지만/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었지’라는 문장만큼이나 말입니다.

   - 박제영(시인).

 

 * 꿈꾸어 맺히는 것이 꽃입니다. 꽃 모양을 보고 두근거리는 것이 사랑입니다.
부르기 만만한 이름인데, 막상 불러보면 얼굴 붉어지는.

사랑이 그렇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해도 언제부턴가 그리움의 별로
뜹니다. 꿈을 꾸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아득한 별인데, 오늘 뜬눈으로
새우고 말았습니다.
     - 금 강.
 

 

 * 여성이라면 너나 나나 명자라는 이름으로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 뿐이랴. 순자, 말자, 등 지금 그런 이름을 붙인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 그러나 그 이름 덕분에 사랑의 상징으로 명자꽃을 불러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편 역시 단편적으로 본다면 그리움의 대상이 명자꽃이 틀림없다. 

그 대상인물의 실명이 명자이든 아니든 명자꽃을 통해 다가오는

그리움은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꽃망울은 지상의 별이다. 많고 많은 별 중에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별을

가슴에 심는 일, 평생 살면서 한번쯤은 누구나 겪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사랑을 달관한 듯 명자를 읊조리고 있다.

- 전선용(시인)

 

* 운수재 산당화 지다!(2024.04.18.)
* 이승만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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