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물건

洪 海 里 2019. 3. 3. 04:53



물건



洪 海 里

 



은화를 기르던 풋고추가

검붉은 색깔로 변하고

다시 시뻘건 물건으로 변화하면

은화가 금화로 바뀌었지

오줌 쏘기로 기선을 잡던 시절

멀리쏘기와 높이쏘기의 힘과 기술을 익혀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는 만복의 중심

마침내 좆이 되었다

기적소리 기척도 없는 칠흑의 동굴로

열차는 기름 먹은 몸으로 달려가다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불 속으로 뛰어들면

새벽을 깨우는 소방차 소리 요란했다

나의 보석 같은 대리석 기둥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푸른 바다를 홀로 항해하는 일등 항해사의

돛대였다

살면 서고 죽으면 줄어드는

이 은밀한 생명의 신비여

검붉은 청동빛 기둥에 새겨진 비명碑銘

비명소리만 늘 요란했지 별것 아니었다고

말하지 마라

살아 있다는 것은 늘 요란한 것

살고 죽는 것이 둘이 아니라 하나다

무술[玄酒] 삼천 사발을 마시고 나면.

 

 * 출처 : 홍해리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도서출판 움, 2016. 6. 30)

 

  홍해리 시인처럼 물건을 이처럼 당당하고 재밌게 표현한 시를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풋고추에서 만복의 중심인 좆이 되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물건의 의미를 장엄하게 표현하였다.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소리 .....

살고 죽는 소리 새벽부터 요란하다. 이 시어는 홍해리 시인의 전매특허다.

누구라도 이 표현을 쓸 때는 반드시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할 것이다.

 

  시인의 다른 싯귀를 보자.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투명한 이른 봄날 이른 아침에 /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인女人의 중심中心 /

실한 무게의 남근男根이 하늘에 걸려 있다

  ( "난꽃이 피면" 부분 / 홍해리 시집 대추꽃 초록빛/ 1987)

 

  홍해리 시인은 매사에 솔직하고 당당하듯이 성에 대한 표현도 이렇게

건강하고 아름답다.

 

  시인은 내년이면 팔순이신데 아직도 꼿꼿한 허리며 늘씬한 몸매와

맑은 피부, 덥수룩한 구레나룻 수염, 게다가 청바지 차림으로 나서면 

여전히 남성미가 넘친다.

 

  아마도 젊은 날 수많은 여인네들의 마음을 홀렸으리라 짐작된다.

영문학을 전공한 시인게다가 키도 훤칠하고 한 인물 하시니

속 밝히는 여인네들 가슴 두근두근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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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읽고 나서 나는 왜 "치마"가 생각날까? 관음증인가 자연스런 끌림인가?

물건과 치마가 서로 하나 되고자 끌고 당기는 그 오묘함.

 

문정희 시인은 그의  “치마로 성적 담론을 즐기며 뭇 사내들을 죽여준다.

그는 은밀한 성을 아름다운 시로 바꿔놓는다. 특별히 시인은 여인의 몸을

자랑하고 뽐내며 자유로운 성을 추구한다그녀가 시로 쓰면 여자가,

성이 무엇보다 아름답다

 

오늘 밤에도 세상의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회자(膾炙)된 문정희 시인의  시 몇 편을 함께 올립니다.

 

 

” /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 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물구나무 / 문정희

 

하늘을 좀 즐겁게 해 드리려고

하늘 향해

두 다리를 활짝 벌렸다

꽃이 피면

하늘과 땅이 함께 웃으시겠지!



- 道隱 정진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