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소만小滿

洪 海 里 2019. 4. 15. 14:46

소만小滿

 

洪 海 里

 

 

머언 산에 흐드러진 흰꽃들이여

눈썹 끝에 어리는 슬픔 같아라

떨리는 입술을 햇살에 반짝이고

연초록 웃음을 새실새실 날리면서

온 세상을 채곡채곡 채우는구나

사는 일 쓸쓸하다 돌아서 가면

설움도 아픔도 다정한 듯 그리우랴

마음도 소리도 없이 산꽃이 지네

산그늘처럼 어리는 푸르스름한 이내

눈시울 적시면서 아름다이 이우니

어찌 혼자 등지고 떠날 수 있으랴

하루의 삶의 곤비 고이 부려놓고

돌아볼 여유 없이 울지도 못하는

이 애운한 가슴에 춧불을 켜고

부드러운 바람결에 밤을 밝혀서

가슴 가득 고운 꿈 쌓을 일이네.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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