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길 위에 잠든 새까만 사내

洪 海 里 2019. 4. 15. 16:30

길 위에 잠든 새까만 사내


洪 海 里



길바닥에 송장처럼 누워 있는 사내

가로등 밑에 신발 한 짝 벗어놓고

모자는 벗어 전신주에 걸어놓고

팔 모아 베개하고 떨어져 있는

새까만 사내

막차도 놓치고 터덜터덜 걷다 허물어진 사내

그리운 집은 그리운 만큼 멀고

그리운 집은 그리 가까웠던가

여기가 종점이네

찬 이슬 첫 새벽의 눈물 젖은 외로움과

아득한 적막

제 집 찾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우로 갈之자만 그리고 찍다가

꼬꾸라져버린 저 가벼운 몸뚱어리

어둠이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깨어날 줄 모르는 저 개잠

집 찾아가는 발자국소리가 자장가였네

한밤의 호수 같은 노상의 침상

자란자란 넘실대는

꿈속의 우화등선羽化登仙!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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