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詩人들』1987~1999

함박꽃 아래

洪 海 里 2019. 4. 15. 16:47

함박꽃 아래


洪 海 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앉으니

보드라운 햇살이 볼을 간지르네

소줏잔에 마음을 띄우고

푸른 생명을 노래하다

문득 올려다보니

달콤한 초록빛 궁전

함박 같은 웃음을 띄고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인

초례청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네

그것을 보고 있던 새들이

향기에 취해 눈이 멀었것다

가슴도 함초롬히 젖었것다

스스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영원으로 가는 길이 그들 앞에 펼쳐지고

하늘에 양 떼가 축가를 부르며

이리저리 나들이하네

날이 저물어 어두운 하늘자락

황촉의 불을 끄고

꽃잠에 들 신랑 신부

행복에 겨워 서로 어깨에 손을 얹네

촛불이 파르르파르르 떨고 있네.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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