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꽃 아래
洪 海 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앉으니
보드라운 햇살이 볼을 간지르네
소줏잔에 마음을 띄우고
푸른 생명을 노래하다
문득 올려다보니
달콤한 초록빛 궁전
함박 같은 웃음을 띄고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인
초례청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고 있네
그것을 보고 있던 새들이
향기에 취해 눈이 멀었것다
가슴도 함초롬히 젖었것다
스스로의 슬픔을 등에 지고
영원으로 가는 길이 그들 앞에 펼쳐지고
하늘에 양 떼가 축가를 부르며
이리저리 나들이하네
날이 저물어 어두운 하늘자락
황촉의 불을 끄고
꽃잠에 들 신랑 신부
행복에 겨워 서로 어깨에 손을 얹네
촛불이 파르르파르르 떨고 있네.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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