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잠든 새까만 사내
洪 海 里
길바닥에 송장처럼 누워 있는 사내
가로등 밑에 신발 한 짝 벗어놓고
모자는 벗어 전신주에 걸어놓고
팔 모아 베개하고 떨어져 있는
새까만 사내
막차도 놓치고 터덜터덜 걷다 허물어진 사내
그리운 집은 그리운 만큼 멀고
그리운 집은 그리 가까웠던가
여기가 종점이네
찬 이슬 첫 새벽의 눈물 젖은 외로움과
아득한 적막
제 집 찾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우로 갈之자만 그리고 찍다가
꼬꾸라져버린 저 가벼운 몸뚱어리
어둠이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깨어날 줄 모르는 저 개잠
집 찾아가는 발자국소리가 자장가였네
한밤의 호수 같은 노상의 침상
자란자란 넘실대는
꿈속의 우화등선羽化登仙!
- '우이동 시인들' 22집『우리들의 대통령』(1997,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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