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는 어디 있는가』(2019)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2019. 5. 14. 17:40


 

홍해리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과 행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시인의 말 ■


  첫 시집『투망도投網圖 것이 1969년이었다. 그 후 50년이란 세월이

물같이 흘러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간 허섭스레기만 끼적대며 한 권씩

묶은 것이 20권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양에 차지 않아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번 시선집에는 최근 들어 낸 세 권의 시집『치매행致梅行』,『매화에

이르는 길』과『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의 작품은 넣지 않았다.

  입때껏 세상은 자유롭지도, 공평하지도 않았다. 내 詩의 공화국도 역시

그렇다. 그런 가운데 109편을 골랐다. 내 시의 백구百口들이 넓고 넓은

바다에서 푸른 하늘을 보며 백구白鷗의 향연을 즐기길 바라며 시선집

『홍해리海里는 어디 있는가』를 엮는다.


   2019년 봄날

   洪海里.

  

  * 소순희 화백 그림 <홍해리 시인/Oil on Canvas/40.9x31.8cm>


홍해리 시인은 1969년 첫 시집.투망도로 문단에 데뷰했으니 올해로 50, 반세기

가 지나갔다.

   그동안 '언어의 사원'에서 늘 새벽에 시와 하나된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선보여,

시집 21, 시선집 4권 총 25권을 내 놓았으니 문단에 큰 영향을 준 큰 시인임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우이동 4시인과 함께 동인지 간행, 시낭독회 주최, 월간 우리발행,

후배 시인 육성 등 문단 활동에서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대선배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홍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시선집은 그간 나온 시집에서

선별한 작품이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반세기를 결산하고 싶어서 내논 시선집이어서

그러는지 어느 시를 봐도 소재, 시어, 형식, 음률 등이 하나 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완숙도가 더욱 높은 듯이 느껴진다. 시간을 내서라도 좀 더 깊이 들어가

시향에 푹 젖어 들고만 싶다.

   그래서인가, 홍 시인은 그가 바라던 대로 "가슴에 산을 담고""자연을 즐기며 벗바리

삼아 올곧게 사는 시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 __(문학평론가).
















            

             * 2013년 여름 포항청소년수련원 인근의 보리밭, 그리고 ... 나!





  *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위의 글은 홍해리 시인이 낸 시선집의 제목이다. 그의 시력 50여 년. 20여 권의 시집 중에서 선별한 시 109편이 수록되어 있다.

<치매행> <매화에 이르는 길> 등은 선집에서 제외되었다. 독자가 선호했던 시들을 제외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홍해리는 <明窓淨几의 詩를 위하여>에서,


"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누구인가?" 라는 글에서

"<...어떤 곡해나 구속도 용납되지 않는다

어떤 이념이나 주의도 필요 없다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이하 생략)

살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죽기 위해서

잘 죽기 위해서 시를 쓰는 일이란 다짐을

다시 한 번 다져본다(이하 생략)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賞으로 傷을 당할 일도 아니고 詩碑로 是非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다."


  홍해리의 위의 글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의 문단은 좋은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언론사나 출판사 그리고 평론가를 찾아다니는 자들이 유명세를 타는 자가 많다.

  작고 시인의 문학상을 독식하는 자들이 언론에 비치게 되고 우러러보게 되는 세상이다.

  이런 그릇된 관행을 언론이 앞장서 비판하고 바로 잡이야 하는데 오히려 부추기는 세상이 되었다.

권력에 고개 숙이고 아첨하는 자들을 홍해리 시인은 꾸짖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은 경제 논리인 그레셤법칙이지만 문단에도 적용된다니 서글픈 일이다.

<홍해리는 어디 있는가> 한마디로 홍해리는 한국 문단의 중심에 있다. 결코 변방이 아니다.

詩碑 하나 없고 文學賞 하나 없어도 한국 독자들이 선호하는 시인.

<癡呆는 致梅라 함이 옳다. 梅花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명문을 그는 남겼다.

많은 치매환자와 그 간병인에게 희망을 주었던 홍해리 시인.

<홍해리 시인은 어디 있는가.>의 선집에 축복과 영광과 행운이 있기를 기원드린다.

  - 정일남 (시인)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이름만 듣고는 내가 여자인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해리’라는 이름은 서양에서도 많이 쓰이는 남자 이름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해리는 남자이다.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나 영국의 해리 왕자, 그보다도 대한민국에는 시인 洪海里가 있지 않은가. 洪海里라는 이름은 넓은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는 정겨운 마을이란 뜻이다. 전북 고창에는 海里面이 있고, 전남 해남군에는 洪海里가, 해남읍에는 海里라는 마을이 있다. 나는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바다를 많이 동경했었다. 바다를 처음 보고 ‘바닷물이 정말 짠가?’ 하고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기도 했다. 그것이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1964년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서 1년간 산 것도 바다 때문이었다. 그해 여름 어느 날 해질녘에 바닷가에 나가 소주를 들이켜고 바라다본 석양의 풍경을 나는 다음과 같이 그려 보았다.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여인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갯벌」전문

- 洪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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