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만첩백매萬疊白梅 - 치매행致梅行 · 403

洪 海 里 2019. 6. 2. 05:25

만첩백매萬疊白梅 

- 치매행致梅行 · 403

 

洪 海 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만 장의 꽃

한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꽃 한 송이

한 장씩 열리고

한 장씩 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뭉텅!

무더기 무더기 지고 있다

매화꽃 한 장 한 장 

눈물에 젖어

정처 없이 흘러가는 길

어디일까

바람에 슬리는 꽃잎, 꽃잎

매화 마을은 없다.

 

* 감상

  일생 겹쳐지는 겨울과 봄 사이 피고 지는 그 많은 꽃의 말을

다 읽을 수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없는 날이 닥치고 이제는 한 장 한 장 머금은 눈빛을 줍네.

 

  말없이 떨어진 꽃잎에 햇살 놓이면 당신 웃음 한 번은 피어날

것 같아. 손에 쥔 꽃잎에 눈물 한 방울 내리면 들어주지 못한

소원 한마디는 건질 것 같아.

 

  한 잎 한 잎 따서 놓네. 한 잎 또 한 잎 눈물에 타고 매화마을에

젖네. 당신 없으면 어디에도 매화마을은 없네.

- 금강하구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