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첩백매萬疊白梅
- 치매행致梅行 · 403
洪 海 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만 장의 꽃
한평생 읽어도
못다 읽을 꽃 한 송이
한 장씩 열리고
한 장씩 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뭉텅!
무더기 무더기 지고 있다
매화꽃 한 장 한 장
눈물에 젖어
정처 없이 흘러가는 길
어디일까
바람에 슬리는 꽃잎, 꽃잎
매화 마을은 없다.
* 감상
일생 겹쳐지는 겨울과 봄 사이 피고 지는 그 많은 꽃의 말을
다 읽을 수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다가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없는 날이 닥치고 이제는 한 장 한 장 머금은 눈빛을 줍네.
말없이 떨어진 꽃잎에 햇살 놓이면 당신 웃음 한 번은 피어날
것 같아. 손에 쥔 꽃잎에 눈물 한 방울 내리면 들어주지 못한
소원 한마디는 건질 것 같아.
한 잎 한 잎 따서 놓네. 한 잎 또 한 잎 눈물에 타고 매화마을에
젖네. 당신 없으면 어디에도 매화마을은 없네.
- 금강하구사람.
'시집『이별은 연습도 아프다』(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 연습 - 치매행致梅行 · 405 (0) | 2019.07.11 |
---|---|
침묵의 그림자 -치매행致梅行 · 404 (0) | 2019.06.05 |
후회하면 뭣 하나 - 치매행致梅行 · 402 (0) | 2019.05.31 |
사람아 사람아 - 치매행致梅行 · 401 (0) | 2019.05.23 |
아내를 팔다 - 치매행致梅行 · 400 (0) | 2019.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