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팬티 구멍

洪 海 里 2019. 8. 8. 19:06

팬티 구멍


洪 海 里




평생 속옷을 직접 사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몇이서 한잔하는 자리에서 했더니

한 친구가 슬그머니 나갔다 잠시 후

두루뭉술한 보따리를 내밀었다


월화수목금토일

일곱 개의 색색 팬티가 들어 있었다

보남파초노주빨

숙녀는 날마다 입술 색깔을 바꾼다든가

매일 속옷을 갈아입는다든가 하는

야릇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새로 얻어 입은 속옷의 대문이 너무 작다

게다가 가운데 빗장까지 달려 있다

아무리 귀물이라 잘 모셔야 한다지만

일 볼 때 성물聖物/性物을 꺼내기가 힘들고 어렵다

고쟁이처럼 탁 터졌으면 좋으련만


운명의 덫이 아니라면

성스런 속곳 아닌 속옷을 만드는 이들이여

귀물을 귀중히 여기는 건 좋지만

쉽고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도록

구멍을 시원하게 만들어

바람이 들락이게 하면 좋지 않겠는가


이걸 어찌 날마다 색깔별로 갈아입을꼬

일주일 하루하루 무지개 활을 펼치니

날마다 화살을 어디로 날릴꼬

피후皮候의 곡 하나 마련하고

정곡正鵠을 맞히며 살아야겠다

"적중的中!"


"Seven Days in a Week!"





                                     사랑의 짝짓기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고추잠자리 한 쌍이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칼릴 지브란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아일보 2019.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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