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눈의 말 - 致梅行 · 310 / 휴천재 일지

洪 海 里 2019. 9. 29. 15:10

<지리산 휴천재 일기 / 2019. 9. 1.>

치매 걸린 아내를 5년 넘게 보살피는 '지독한 사랑'



  내가 보스코와 제일 행복한 시간은 침실에서 그가 읽어주는 시를 들으며 잠드는 일이다타골의 시가 특히 아름답고 '우이동 시인들'의 작품을 즐겨 읽어 준다한 분(이생진 시인)은 섬마다 찾아다니며 그 가난한 인생들의 가난한 사랑을 그려오셨고한 분(임 보 시인)은 늘 신선한 선시(仙詩)로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신다우이동에서 북한산 산그림자를 올려다보며 기도하게 하던 분(채희문 시인)은 노환으로 시쓰기를 중단하신 지 오랜 듯하다



  특히 오늘은 홍해리 시인이 치매에 걸린 아내를 5년 넘게 보살피는 눈물겨운 치매행(致梅行)’이 담겨진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를 여러 편 읽어주었다눈의 말이라는 홍 시인의 짧은 시가 한없이 가슴을 에이게 한다. 중한 치매로 소통의 길이 영영 차단된 아내를 수년간 돌보는 '지독한 사랑'(임채우 시인의 '서평')이 경건하면서도 참 슬프다.


아내는 천의 말 눈으로 던지는데

나는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네!

- 「눈의 말  - 치매행致梅行 · 310」전문.


 * 사진이 꼭 내 마음만 같다!

[크기변환]20190831_132314.jpg

* 전순란 여사의 '지리산 휴천재 일기'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