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洪海里 시인이 보내준 선물 / 최길호(목사)

洪 海 里 2019. 10. 11. 09:43


              최 길 호(목사)


1.

시인이 되고 싶었다.

시인은 내가 못 간 길이다.

시인들을 높게 평가한다.

시를 포함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시인과 교제할 수 있다면

큰 기쁨이고 영예이다.

2.

홍해리 시인이 시집 4권을

소포로 보내 주셨다.

홀로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편지를

받은 것 마냥 가슴이 뛰었다.

홍해리 시인을 페북에서 처음

대하고 난 후부터 그를 멀리서

좋아하게 되었다.

여름 시인학교에 참여해서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그리고 이번에 시집을 통해서

더욱 가까이 이르게 되었다.


3.

그는 실력파 시인이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5년 후 시집 "투망도"로

1969년에 등단했다.

영문학을 전공했으니 서양

문학사에서 뛰어난 작품들을

접하며 폭넓은 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들에는 기상이

청청한 선비의 고고함이 향토색

깊은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그를 바라볼 때 백석을

떠오르게 된다..

천재 시인 백석의 시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맘과

눈이 닿는 대로 줄줄 풀어내면

쉬우면서도 기묘한 깊이를 가지는

최고의 시들이 된다.

홍해리 시인의 시가 꼭 그렇다.

모든 사물이 척척 그의 눈과

마음에 부딪혀 시가 된다.

그런 시에 음률이 있고

깊은 철학이 있고,

아! 하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가르침이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색과 고독한 시간이 쌓였을까!

4.

그는 집중하는 시인이다.

무엇을 하든 끝을 보고야 만다.

그가 미치도록 집중했던

두 대상이 있다.

첫째는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시

한 여대생에 마음을 빼앗겼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쉽지 않았으나

대학 졸업과 함께 끝을 내어 버린다.

그녀가 지금의 아내이다.

둘째는 난이다.

그의 온실에는 천여 개의 난이

있다고 한다. 난에 미쳐서 전국을

헤집고 다녔다고 하니 그의 난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이 일상적인 삶에서

예외적일 리가 없다. 무엇을 하든

집중해서 철두철미하게 할 것이다.

그가 주창해서 만든 "우리詩진흥회"

가 주최하는 낭송회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침 없이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되어 왔다.

그의 집중하는 성품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5.

그는 시인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다.

그는 "시인은 모든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불러 주

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시인의 정신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가슴에 산을 담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스럽게 사는 시인/ 자연을

즐기며 벗바리 삼아 올곧게 사는

사는 시인/ 욕심 없이 허물없이

멋을 누리는 정신이

느티나무 같은 시인/

유명한 시인보다

혼이 살아 있는 시인/

만나면 반가운 시를 쓰는 시인이

될 일이다....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시인은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시로 말해야

한다고 한다. 대쪽같은 시인의

기개와 자존심이 드러난다.

6.

그는 현재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대표로 국내외의

시인들을 아우르며 시의 진흥을

위한 구심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단독 시집 20 여권과 다수의

3인 시집과 시선집이 있다.

7.

홍해리 시인이 책을 보내기 전

메신저로 이런 글을 보냈다.

"어제 제 책을 몇 권 보냈습니다.

내일 닿는다 하더군요.

한 권은 제 지음(知音) 의 책인데

2015년에 가버렸습니다.

최 목사님의 우정에 대한 글을

읽다 생각이 나 우송했습니다.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친구는 나이 차이에 관계없이

맘이 통하는 사이라는 글을

보셨는가 보다. 그런 우정으로

맘을 나누겠다는 뜻도 담아서

보내신 책이라 생각하니 더욱

고마운 마음이다.

8.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가까운 친구의 숨결을 느끼며

시를 감상해야 하겠다.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2019. 10. 11.(금) 페이스북에서 옮김. 

      * 사진은 다 날아가 버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