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答詩 : 임 보 / 洪海里의 「섭囁」>
섭(囁)
임보
글을 쓰는 후배가 고향엘 다녀오며
향토주라고 술을 한 병 가져다 주었다
40도의 증류주인데 이름이 참 특이하다
<섭(囁)>이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토란으로 술을 담가 증류한 것인데
<도란도란>이라는 별명으로 수출까지 한다지 않는가?
‘섭(囁)’이 ‘소곤거린다’는 뜻이니
‘도란도란’으로 옮겨 쓰는 것도 무방해 보인다
먼 남쪽 지리산 밑 섬진강변 돌골짝―곡성(谷城)
고향 사람들이 만든 술이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섭― 격이 높은 술의 이름, 신선주처럼 운치가 있다
도란도란― 정다운 사람들이 도란거리며 마실 만도 하다
부디 세계적인 명주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어깨를 좀 펴게 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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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囁
- 도란도란
洪 海 里
술 마실 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술 마시고 야비다리하지 말라고
'섭囁'은 주도酒道를 이르는 도주道酒,
술의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
술의 멋을 가르치는 훈장이거라
술 마셨다고 함부로덤부로 굴지 마라
두런두런대며 하동지동하지 말거라
입이 셋이고 귀가 하나라면
가볍고 나직하니 어찌 정다울 수 있으며
그 이야기인들 어이 귀에 들리겠느냐
입 하나에 귀가 셋이니 얼마나 좋으냐!
'섭'은 토리土理 좋은 남도땅이 낳은 알[土卵]로
정성 다해 빚은 술이니
하늘 기운과 땅의 피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지 않았느냐
'도란도란'은 투명한 액체의 불
바로 자연이 낳은 용암이다
눈으로 마시면서
마음으로 먼저 취하거라
지딱지딱 마셔 취할 것이 아니라
네 몸과 마음 구메구메 좋은 기운으로
채워 넣어 줄 술이니라, 섭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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