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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 도솔암

洪 海 里 2020. 3. 22. 17:41

해남 미황사 도솔암


기암절벽 위에 자리 잡은 도솔암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 속세와 거리를 두는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도솔암의 위치는 참 절묘하다. 그 위치에 있으면 완벽하겠다는 상상을 100% 현실로 만족시켜 준다. 두 개의 바위가 커다란 손처럼 암자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바다 쪽, 암자 정면으로 수많은 작은 돌이 쌓인 축대가 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천상으로 올라가는 길인가 하는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계단 끝에 올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달마산의 기암괴석과 서해 바다가 풍경화처럼 걸려 있다.


사실 10명이 서면 가득 찰 만큼 자그마한 앞마당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도솔암의 전부다. 하지만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계속 머물고만 싶어진다. 구름이라도 끼인 날이면 도솔암은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도솔암의 역사는 1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신라시대 승려인 의조 화상이 미황사 창건 전 수행하던 암자가 도솔암이었다. 수행에 정진하면서 낙조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도솔암에서 보는 낙조는 해남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붉게 서쪽 하늘이 물들 때 도솔암과 그 주변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지금의 도솔암은 최근 재건된 것이다. 정유재란(1597∼1598) 때 명량해전에서 패한 왜구들이 달마산으로 도망치다 도솔암을 불태웠다. 이후 400년 가까이 주춧돌과 기왓장만 남은 채 방치됐다. 많은 사람들이 도솔암을 복원하려 했지만 험한 지형 때문에 포기했다. 2002년 오대산 월정사의 법조 스님이 사흘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솔암의 꿈을 꿨다고 한다. 이후 도솔암을 찾아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1800장의 기와를 밑에서부터 옮겨온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도솔암 50m 아래에는 용이 살았다는 용샘이 있다. 천년을 살던 용이 커다란 용틀임을 하면서 승천하자 용이 살았던 바위 속에 샘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고 한다. 바위산 정상부에 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하다.


- 글·사진 해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동아일보 2020. 0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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