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편의 시/홍해리 ![]()
1. 오늘 지인들과 점심을 했다. 즐거운 대화 후에 사무실에 들어오니 소포가 와 있었다. 낯익고 반가운 필체가 보였다. 내가 늘 높게 생각하고 존경하는 홍해리 시인의 필체다. 2020년 6월 1일에 초판 인쇄된 시집이 담겨 있다.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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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인에게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가 있다. 그 아내를 대하며 하루하루 보내는 시인의 삶이 얼마나 막막하고 힘들까? 아내를 보살피며 혼자 대화하고, 혼자 사랑하며 혼자 자책하는 시인의 생각이 절절하다. 그 힘든 독백의 시간을 시를 통하여 풀어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세월을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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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인의 시를 곁에서 타박하고 비아냥거린 사람도 있었던가 보다. "마누라 아픈 게 뭐 자랑이라고 벽돌 박듯 시를 찍어내냐?" 참 무정하고 잔혹한 심성이다. 쓸쓸한 바람이 일었을 것이다. 그러나 맘에 큰 격려가 되고 힘을 북돋아 주는 글이 홍 시인에게 도달했다. 시인은 이 따뜻한 글을 그냥 흘러 보내지 않았다. 아름다운 시 한 편에 담아 영원히 가슴에 간직했다. 그 시가 "천 편의 시"이다. 김석규(시인)란 분에게 무한히 감사한다. 세상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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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의 시/홍해리 * 편지 시집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감사히 받았습니다. 뜨겁게 축하합니다. 기왕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했으니 천 편의 시를 쓰기 바랍니다. 그러면 시신Muse詩神도 감동하리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환자의 병을 말끔히 낫게 해 줄 것입니다. 축원합니다! - 김석규 드림. * 답장 그래 천 편의 시를 쓰자 아니, 천 편 아니라 만 편인들 쓰지 못하랴 병든 마누라 팔아 시를 쓴다고 누가 얄밉게 비아냥대든 말든 그게 뭐 대수겠나 그래서 아내의 병이 낫기만 한다면 천 편, 만 편의 시를 쓰고 또 쓰리다! - 홍해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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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치매행" 이란 이름으로 아내를 사모하는 시집 3권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번이 4번째 시집이다. 치매행 331로 시작해 421로 마친다. 아내를 위한 시를 이렇게 많이 쓴 시인이 또 있을까? 아직 천 편에 이르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아니 만 편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아내 사랑이나 그의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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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는 단순한 시가 아니다. 구도의 탄원이고 기도문이요 영혼의 절규요 깊은 어둠에서 길어 올린 가슴 저미는 노래이다. 그의 고통이 빚어낸 찬란한 무지개이다. 그 사랑의 노래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저녁이다.
7. 치매-치매행 391/홍해리 이별은 연습을 해도 여전히 아프다 장애물 경주를 하듯 아내는 치매 계단을 "네가 치매를 알아?" "네 아내가, 네 남편이, 네 어머니가, 네 아버지가 너를 몰라본다면!" 의지가지없는 낙엽처럼 조붓한 방에 홀로 누워만 있는 아내 문을 박차고 막무가내 나가려들 때는 얼마나 막막했던가 울어서 될 일 하나 없는데 왜 날마다 속울음을 울어야 하나 연습을 하는 이별도 여전히 아프다. [출처] 천 편의 시/홍해리 시인|작성자 최길호 은혜의 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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