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톨의 쌀
洪 海 里
쌀 한 톨이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을 빌렸을까
밥 한 그릇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네
쌀[米]이란 말 속에 들어 있는
여든여덟이란 숫자
그게 어찌 별것 아니겠는가
아버지 할아버지의 눈물과 땀
논두렁에서 막걸리 한잔에 날리던
한숨은 바람으로 날아가고
모 심을 때 들리던 뻐꾸기 소리 맞춰
못줄을 넘기곤 했지
벼 벨 때면 메뚜기도 다 자랐었지.
한평생 씹어삼킨 쌀알이 몇이랴
몇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그리고 또 얼마일 것인가
새벽녘 해장국집에서
한낮 백반집에서
파장머리 국밥집에서 먹은 밥 밥 밥
밥
밥
밥
이제 땅은 눈보라 북풍 한설 속에
긴 잠을 자고 다시 농사를 시작하리라
밥심은 벼꽃이 이룬 쌀의 힘이다.
- 월간 《우리詩》(2020.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