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홍해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 3편

洪 海 里 2020. 9. 23. 19:10

홍해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 3편

최길호 은혜의 창

1.

홍해리 선생이 시집 한 권을 보내왔다.

2020년 2월 20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시이다.

시인의 22권의 시집 중 가장 막내가 될 것이다.

총 4부에 각 20편씩 8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2.

홍 해리 시인의 필체를 보니 참 많이 반가웠다.

문자를 드렸다.

"보내주신 시집은 잘 받았습니다.

익숙한 선생님의 필체와 보내 주신 마음을 생각하니

선생님을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책을 받고 느꼈던 감사와 기쁨을 선생님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감사함으로 선생님의 마음을

따라가며 읽도록 하겠습니다.

더욱 강건하십시오."

 

 

3.

창가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향에 젖었다.

시인의 마음에 내려앉아 향기롭게 익은 언어들이 오감에 스며 들었다.

지인들에게 나누고 소개하고 싶은 시들이 많다.

그중에 특별히 어머니와 관계된 시 3편과 마음에 쉽게 공감이 되는 시 2편을 골랐다.

 

4.

어머니 / 홍해리

살진 건더기는

네 것!

건지 건져내고

남은,

멀건 국물인

멀국,

그게 맛있단다

나는!

 

어두일미 /  홍해리

조기를 구우면

어머니는

대가리만 떼어 드셨다

아내도

애들을 낳고 나선

머리가 맛있다 했다

조기 머리 속에는

깨가 서 말일까

금이 닷 말일까

대가리를 씹다 돌만 깨문

나는

입안이 얼얼하다.

 

개다리소반 /  홍해리

꽁보리밥 한 사발

김치 깍두기

풋고추 날된장에

탁주 한 대접

가랑비에 옷 젖듯

그리워지는

한여름 다저녁때

홀로 앉아서

주룩주룩 울었다

어머니 생각.

 

허수아비  /  홍해리

나이 들면

그리움도 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나이 들면

무서운 것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나이 들고 보니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텅빈 들녘에 홀로 서서

남은 옷자락만 바람에 흐느낍니다

그래도

마음은 가득하니 짜장 부자입니다.

 

독서법   /   홍해리

눈이 침침해 책을 오래 볼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면

드디어 천 개의 눈이 열리고

귀가 만리 밖까지 트인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책이 눈앞에 펼쳐진다

손으로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책

아무리 오래 읽어도 눈이 아프지 않다

나이 들어 시력이 떨어지는 것은

책 다 덮어 놓고 책을 읽으라는

신의 뜻

자연은 갈피마다 주석이 달려 있어

오독할 염려도 없는

가장 크고 위대한 책

마음껏 읽어보는 즐거움은

나이가 거저 주는 축복 아닌가.

 

 

 

5.

세   편의 시 모두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음식과 연결 되어 있다.

음식은 삶의 기본이다.

생존과 활동과 미와 힘이 모두 음식에서 온다.

음식을 양보하는 것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버리는 것

삶의 가장 큰 즐거움도 잊어버리는 것

자신의 생명을 줄여서  자식을 세우는 것이다.

어찌 음식물에만 어머니의 사랑이 있겠는가!

그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사랑 앞에서 어머니 생각에

주룩주룩 눈물 흘리는 시인의 모습에 우리의 모습이 비친다.

허수아비는 어머니와 관련 없는

시이지만 어머니의 모습과

연결 지어 생각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희생하고 지낸 세월에서

남는 것은 텅 빈 들녘에 홀로 서

낡은 옷자락을 바람에 흩날리는

외로움, 그래도 자식들이 자기 몫을

하는 것에 마음 가득 부자인

어머니의 모습이 어린다.

오랜 세월 지나도 어머니는

여자이고 아버지는 남자다.

세월이 지나면 그리움도

사랑의 감정도 메마를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허수아비의 모습이 중년 이후의

그리움과 사랑의 쓸쓸함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감정도

잦아들면 좋으련만!

"독서하는 법"에는

그렇지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지혜가 들어있다.

나이가 들며 자신만만하던

시력이 저녁이 되면 흐려진다.

세월 더 지나면 좋아하는 독서도

할 수 없겠구나! 문득 생각들

때가 있다. 시인의 독서하는 법을

배웠으니 염려로부터 자유다.

천 개의 눈을 뜨는 법

만개의 귀가 열리는 독서법이

있으니 무슨 염려가 있을 것인가!

 

 

6.

시의 향기에 젖어 깊어지고

촉촉해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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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홍해리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시 3편|작성자 sblim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