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그 여자
洪 海 里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 감상평
남녘에 봄이 진작에 도래했다고, 가서 꽃구경하라는 암시가 모락모락 피었다. 산동마을을 지나 구례로, 섬진강 따라 산책하듯이 봄을 만끽하는 일이야말로 제대로 계절을 맞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홍해리 시인의 「산수유 그 여자」를 누이와 어머니 마른 젖꼭지라고 했다.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누구에게는 누이가 되고 또 누구에겐 어머니가 된다. 이 한 편의 시는 꼭 누구라고 지칭할 수 없지만, 여성의 한 시절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것이 특징이다. 언제부터 꽃이 여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물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 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싶다.
봄이란 게 누구한테는 오고 누구한테는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것을 보편적 은혜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공기도 그렇고 햇빛도 그렇고 알고 보면 그저 받는 행운을 누리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마지막 연 "아 아, /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를 보면서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어딨는가. 또 누가 계절의 흐름을 둑 쌓아 막을 수 있겠는가. 생로병사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다.
최근 서정시라고 하면 괜히 한 풀 접어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가장 좋은 시는 독자에게 쉽게 전달되면서 저자의 창의적 발상과 더불어 신선한 시어를 구사하는 것이다. 물론 시대적 서정성이 과거와 현재는 다를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가치를 극대화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오늘 밤에는 어머니 꿈이나 꾸어야겠다.
- 전선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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