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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놀북)』/ 김명림 시인

洪 海 里 2022. 3. 22. 06:31

홍해리 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놀북)』

2021. 7. 15.







 

홍해리 시선집 『마음이 지워지다』(놀북, 2021)

나는 천사를 알고 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면서 어떤 불평이나 쓴소리를 하지 않는 바보 같은 천사!

남편의 길고 긴 투병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이제는 98세의 치매 여행 중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선물한 보람이 있을 텐데.

시집을 받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슬픔이 아프다.

홍해리 시인의 이번 시선집은 시집 『치매행』을 시작으로 『매화에 이르는 길』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에 실린 421편의 치매행 연작시 중에 119편을 가려 뽑았다.
시집 네 권에 실린 시들 모두 애틋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애절한 마음이 담긴 시들과 아내에게 투영된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들을 위주로 묶었다.

시인은 마음이 지워지고 있는 아내를 오랫동안 돌보면서 함께한 일상을 선명하게 시에 담아 두었다.
부부는 죽음으로 이별하지 않는다. 그걸 아내도 아는지 자신을 지우면서 남편이 쓴 시 속으로 자리를 옮긴다.

치매를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 거의 없다. 그런 걸 보면 홍해리 시인은 참 대단한 분이다.
아내가 마음을 다 지울 때까지 오랜 시간 곁을 지켜 주었다.
그 묵묵함이 시를 쓰게 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시선집에 담긴 119편의 시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보문고

작가소개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1964년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사기', '무교동', '홍해리 시선', '대추꽃 초록빛', '청별', '은자의 북', '난초밭 일궈 놓고', '투명한 슬픔', '애란', '봄, 벼락치다', '푸른 느낌표!', '황금감옥', '비타민 詩'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월간 우리詩, 우이시낭송회, 도서출판 움' 의 대표로 활동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