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집『마음이 지워지다』(2021)

입춘 추위

洪 海 里 2022. 4. 14. 07:35

입춘 추위

치매행致梅行 · 2

 

洪 海 里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어디 가고 싶냐 물어도

묵묵부답

조금 있다 또 문을 엽니다

밖에 나가고 싶냐 물어도

그냥 웃습니다

또 문을 열고 치어다봅니다

누굴 기다리느냐 물어 봐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또 다시 문을 열고 쳐다봅니다

속이 답답하냐 물어도

하늘만 바라보다 문을 닫습니다

입춘 날씨 매섭게 찬데

어찌 봄이 오겠습니까?

문을 열면 칼바람만

제 세상인 듯 쩡쩡하니 밀려듭니다.

 

*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무념무상의 세계의 순진 무구한 어린아이가 되는 병이 치매다.

이 글「치매행致梅行」은 수많은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분들에게 바치고자 한다.

결코 치사찬란恥事燦爛한 일이 아니다.  - 隱山蘭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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