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洪 海 里 2022. 11. 27. 06:15

 

상을 똥 보듯 한 맑은 시인 

 

임 보
 
 
사람들은 칭찬 받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인들도 상 타기를 좋아하는가 보다
상금이라도 두둑이 걸린 상이면 더욱 그렇다
 
상을 타기 위해 특별히 로비를 벌인 적은 없지만
나는 내게 돌아온 상은 거부하지 않고 받아온 속물이다
그런데 요즈음 어느 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는 주최 측의 한 시인은
스스로를 수상자로 추천하여 세간의 눈총을 사고 있다
 
상금이 꽤 많이 걸려 있는 상이기에 구미가 동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러고 싶은 욕심이
혹 생겼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아,
세상에는 상 받기를 거부하는 맑은 시인도 있다
상 보기를 소 닭 보듯 하는 곧은 시인
아니, 상을 똥 보듯 꺼려하는 시인도 있다
그런 시인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느냐고?
그런 시인이 도대체 누구냐고?
놀라지 마시라! 여러분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내 친구
삼각산 밑 우이동 골짝 세란헌에서 반 세기를
난초 향기나 맡으며 홀로 살고 있는 선비다
 
그래도 아직 잘 모르시겄다고?
‘넓은 바닷가 마을’이라는 필명을 가진 시인
그러면 인제 아실 만하것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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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26일 제413회 우이동시낭송회에서 낭독한 작품임.

 

* 말똥가리 : 홍철희 작가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