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만첩홍도萬疊紅桃

洪 海 里 2022. 12. 2. 08:44

만첩홍도萬疊紅桃

방 수 영

 

당신은 

전생에 내가 다 읽지 못한

만 장의 책

 

발길 닿지 않는 산중에서

나를 기다리다 이생까지

넘어온 만 겹의 꽃

 

당신을 읽지 않고서는 다음

생으로 넘어설 수 없는

 

봄밤 이슥하도록 책장을

넘겨도 다시 만 장, 만첩이

되고야 마는 당신은.

 

 

* 만첩홍도 : https://cafe.daum.net/sanyakcho에서 옮김.
* 위인환 시인의 페북에서 옮김.(2024. 04. 05.)

                                                                  * 萬疊白梅

 

만첩백매萬疊白梅

洪 海 里


내가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그대가 날 맞이할 마중물을 마련케 함이려니
서두르지 마라
매화가 꽃봉오리를 한꺼번에 터뜨리지 않듯
느긋하게 기다리거라
우주가 열리는 찰나를 노량노량 기다리거라.

눈독 들이면 꽃은 피지 못하느니
지구가 도는 소리가 들리는가
우주가 움직이는 걸 느끼는가
나비가 날 듯 지구는 돌고
우주의 반딧불이 별들은 꽃이 필 때마다
반짝반짝 반짝이느니.

꽃 한 송이 속에는 사계가 들어 있어
꽃잎 한 장 피면 봄이요
두 개가 열리면 여름이 온 것이요
세 번째가 벌어지면 가을이요
또 한 장이 벌면 겨울이러니
한 해가 꽃 속에서 뜨고 꽃 속으로 저문다.

내가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꽃 한 송이가 버는 시간을 견디는
아름다운 순간 순간이 아니랴
매화가 하얀 꽃잎을 한 장 한 장 펼쳐 보이듯
그대가 날 기다린다면, 기다려만 준다면
만첩백매 만개하겠네, 나 오감하겠네.

 

* 만첩백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