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쌓는 탑
洪 海 里
말이란 입이 짓는 영혼의 집이요
시는 입으로 쌓는 탑이다
눈으로 말하고 손으로도 말하지만
시는 입으로 낭독하고 암송하라
'세상이 다 시다'라고
시맛만 다시다 말면
사별한 사내의 여자요
이혼한 여자의 사내 같은 시밖에 되지 않는다
며느리발톱 같은 시는 쓰지 마라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다
내가 천 편의 시를 쓰면 천 편으로 남을까
만 편을 쓰면 그렇게 남을까
하늘에는 해 하나, 달 하나뿐이구나
산 시는 죽은 시에게 안부를 하지 않는다
자발없는 짓거리나 하려거든
시여, 우리 헤어지자.
* 시작 노트
기생 지친것 같은 시나 선생 지친것 같은 글은 쓰지 말자 하면서도
퇴물이라도 기생 얼굴을 그리려 들고 무식해도 선생 노릇을 하려 드는
걸 어쩔 수 없으니 나도 속물시인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라도 들떠들지 말고 속 빈 강정의 잉어등 같은 시는 쓰지
말자 다짐을 해 본다.
- 포켓프레스신문( 2023. 5. 27.)https://www.pocket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