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편한 세상

洪 海 里 2023. 6. 9. 20:26

편한 세상

 

홍 해 리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것이

다 네 덕이었구나 하는 걸

이제사 깨닫다니,

 

세상 어지럽고 흔들린 것이

다 내 탓이었음을 

이제서야 알아채니,

 

미안하구나,

참으로 한심하구나

바보는 바보로 살아야 하느니,

 

바보가 현인이 되겠는가

바보는 그냥 바보로 살고

현인은 현인으로 살면 되느니!

 

<시작 노트>

 

한때는 시를 깎고 또 깎고 벗기고 또 벗기려 들었다. 이제 나이 들고 보니 내가 쓰는 시가 덤덤하고 담담하고

막막하고 먹먹하기 그지없다. 맛도 없고 멋도 없다. 그저 두루뭉술하다. 나이 탓인가 하고 내가 내게 묻곤 한다.

편한 세상도 그렇다. 시는 가장 인간적이고 자연에 가까운 언어로 쌓은 탑이다. 편하게 살다 가자!

- 포켓프레스신문 2023. 08. 23.

 

* 異山 전선용 시인 그림.

전선용의 그림에 부쳐

 

洪海里(시인)

 

전선용은 시인이다. 시인이라고 그림을 그리지 말란 법도 없고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시인으로서

그림도 못 그리고 글씨도 시원찮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예로부터 시서화 삼절詩書畵三絶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임전의 그림을 보며 동파東坡가 시불詩佛이라 불린

왕유王維의 시를 보고 한 말을 떠올린다.

바로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는 말!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어디 이뿐인가! 강희안의 그림을 보고 '시는 소리 있는 그림이요,

그림은 소리 없는 시'[詩爲有聲畵 畵乃無聲詩]라고 조선

초의 시인이었던 성간이 한 이 말은 또 어떤가!

이와 같이 예로부터 시와 그림을 따로 보지 않고 하나라 여긴

까닭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서 林田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2020년 새해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큰 복이 아닌가.

그의 붓에 날개가 돋기를 기원하면서 남의 말을 따다 축하의

말씀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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