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일보 / 2023.09.03.
[아침의 시 산책]
윤슬 / 홍해리
- 기자명 권수진 기자
- 입력 2023.09.03 15:13
대부도 가자 하고
오다 보니 선재도
사는 일 정해진 것 어디 있으랴
가는 곳도 모른 채 흐를지라도
사랑 또한 과연 이와 같아서
너와 나 가는 길 하나이거라
멀리서 반짝이던 작은 물비늘
밤새워 철썩이는 파도가 되니
때로는 밤 바닷가 홀로 앉아서
별도 달도 없어도 바달 품어라
갈매기도 다 잠든 선재도 바다
물결만 홀로 깨어 보채 쌓누나.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순우리말을 ‘윤슬’이라고 한다.
강가를 산책한다. 어슬녘 강가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머리를 쓸어 올릴 때 윤슬이 눈에 들어온다. 그 잔물결의 반짝임을 보고 있노라면 윤슬의 ‘작은 물비늘’이 이끄는 방향대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젖게 된다. 그러다가 달빛을 담는 윤슬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와 나, 가는 길 하나.’가 되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밤 바닷가 홀로 앉아서’ 별도 달도 없는 바다의 어둠과 정적조차 품는 윤슬…
아무도 없는 낯선 선재도의 먼바다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 한 시인의 외로움이 보인다.
- 박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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