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청산은 나를 보고 / 대경일보 2023.09.10.

洪 海 里 2023. 9. 11. 06:42

[아침의 시 산책]

  •  입력 2023.09.10.
 

청산은 나를 보고

- 나옹懶翁선사 흉내 내기

洪 海 里

 

부모님 나를 보고 바르게 살라 하고
자식들 나를 보고 꿋꿋이 살라 하네
출세도 벗어 놓고 권세도 벗어 놓고
산처럼 바다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아내는 나를 보고 다정히 살라 하고
친구들 나를 보고 신의로 살라 하네
독선도 벗어 놓고 이기도 벗어 놓고
땅처럼 하늘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의 시는 언제 보아도 맑은 기운이 넘쳐난다.
이 시를 패러디한 홍해리 시인도 그러하다.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는 고려 말의 뛰어난 고승이다. 이름은 혜근(慧勤), 법호는 나옹, 호는 강월헌(江月軒)인데 선사의 나이 21세 때 문경 공덕산 묘적암(妙寂庵) 요연선사(了然禪師)를 찾아가 출가했다. 그 후 26세에 양주 회암사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1347년에 지공(指空) 스님을 만나 법을 들은 뒤 평산처림(平山處林)의 법을 전해 받고 불자(拂子)를 받는다. 1361년에는 공민왕의 부름을 받고 궁중에 들어가 왕사가 된다. 여주 신륵사에서 우왕 2년(1376)에 세수 57세, 법랍 37세로 입적했는데 열반 이후의 다비 과정에서 산이 큰 빛을 뿜어내며 단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용이 나타나 사리가 여러 개로 증과하는 등 신기한 기적이 속출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붓다의 후신으로까지 평가되며 신성화되기에 이른다. 왕사라는 지위까지 올랐음에도 인간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니 후세에서도 추앙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산다는 일이 ‘산처럼, 바다처럼’ 바르고 꿋꿋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함께 사는 일이 ‘땅처럼, 하늘처럼’ 정(情)과 신의(信義)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