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노老석공의 비가悲歌 / 전선용

洪 海 里 2024. 4. 7. 11:14

석공의 비가悲歌

 - 홍해리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전선용

 


손가락으로 부르는 비가悲歌
비명碑銘에 새긴 침묵의 언어이외다
잃어버린 향기를 조각하는
석공의 가슴앓이가
표정없는 미소로 시작하여
묻어나는 후회,
수분 없는 대화로
차츰 오장육부에 인각 되고 있나이다

 

아내에게 바치고자 빚은
순정의 언어,
말없이 집을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그냥 웃는 아내의 순수함에서
어느 날 문득 낯선 아내의 얼굴에서
그리고 석공의 까만 눈동자에서
물꽃 틔우며
턱밑 수염에 알알이 자라고 있나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애틋한 읊조림은
연어의 귀환을 알리는 서막이려니와
이제 혼인색婚姻色을 치매癡呆가 아닌
치매致梅로 바꿔가는 눈물겨운 노력에 있나이다

 

석공의 손끝이 무디기는 하나
섬세하기로 말하자면
비단에 꽃수를 놓는 아낙 정성에 못지않고
절절하기로 이응태의 아내* 심정만 못하리까

 

깊이 조각되는 석공의 수심이
의로운 봉우리에서 진심으로 부활하고 있으니
아내를 위해 침묵으로 노래하는 그대가
진정한 석공이요,
참된 시인이외다.

 


*이응태의 아내가 쓴 한글 편지다.
지금부터 약 400년 전인 1586년에 경상북도 안동에 살던 이응태라는 양반이 아내와 원이라는 어린 자식을 남긴 채 서른한 살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이응태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나머지 편지를 써서 남편과 함께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