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마의 꿈
洪 海 里
점심으로 막걸리 둬 병
마을버스에 흔들리며
잠시 꿈에 취했는가
집에 와 속옷과 몇 가지 약
배낭에 챙겨 넣다
문득 달력을 보니
내일은 큰애랑 점심 약속
금요일엔 제자 은기 박사랑 모임
눈 침침 귀 먹먹 정신이 혼혼하다 보니
어허, 지리산 남원행은
꿈이었나, 헛꿈인 것인가
춘향이 고년한테 홀린 것인가
방자 고놈한테 당한 것일까
향단이도 내겐 과하니
월매나 마음에 둘 걸
나 원 참, 꿈도 서럽구나
나이 들어 나잇값도 못하는
내게 족쇄 하나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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