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가을 엽서 / 김세형 시인

洪 海 里 2024. 12. 3. 07:45

 

엽서

洪 海 里


시월 내내 피어오르는
난향이 천리를 달려 와
나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천수관음처럼 서서
천의 손으로
향그런 말씀을 피우고 있는
새벽 세 시
지구는 고요한 한 덩이 과일
우주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
천의 눈으로 펼치는
묵언 정진이나
장바닥에서 골라! 골라! 를 외치는 것이
뭐 다르리오마는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눈을 살며시 뜨고
말문 트는 것을 보면
멀고 먼 길
홀로 가는 난향의 발길이
서늘하리니,
천리를 달려가 그대 창문에 닿으면

"여전히
묵언 정진 중이오니
답신은 사절합니다!"

그렇게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아직 닿으려면 천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洪海里 시인의「엽서」에 얽힌 얘기 / 김세형(시인)

 

얼마전 모 시인이 내게『찬란을 위하여』란 신작 시집을 보내준 데 대해 축하의 글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 홍해리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여기에 싣는다.

『비타민 詩』라는 선생님의 시집에 들어 있는 시 '엽서'에 관련된 이야기다.

  

김세형 시인님!!

보내주신 귀한 시집을 편안히 앉아 잘 읽었습니다

늘 염치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먼 인연인 제게도 늘 잊지 않고 신경 써 주셔서 감시힙니다

 

더 깊어지고

더 솔직해지고

더 감각적이고

더 잠언적인...

선생님의 시들을 읽으며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집 속에 시들이 한결같았지만

제게는 참 부러운 시 한 편이 유독 와 닿았습니다

「가을엽서」라는 시,

홍해리라는 시인이 참 부러웠습니다

 

저도 선생님의 시를 읽고 그런 멋진 감사의 화답을 할 수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언젠가 좀 더 느낌이 익고 나면 흉내 한번 내 볼께요. 흉보지 마셔요,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요

자주 만나지 못해도

지금처럼 격려하고 관심가져 주셔요 ㅎㅎ

 

                                나의 졸시「가을 엽서」-제 3집『찬란을 위하여』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