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너를 버린다

洪 海 里 2005. 7. 25. 17:13

너를 버린다

 

 

, 이 순 도적놈 같으니라구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내 잠시 방심한 틈을 타

또 시끄럽게 구는구나

 

매끄럽던 나의 목을 소굴 삼아

목마름으로, 목마름으로

허옇게 마른 꽃을 피우고

신열이 오르게 하느냐

 

이 무식한 놈, 두억시니 같은 놈아

어쩌자구 전신을 들쑤셔 소란케 하느냐

못된 불목하니 같으니라구

왜 온몸에 불을 질러 불난리를 일으키느냐

 

화를 퍼뜨리거나 삭이거나

그건 내 뜻일지니

아무래도 우리는 궁합이 맞지 않아

너를 버리노니

 

야슬야슬 야스락거리는 네 놈 꼴이 보기 싫어

내 차라리 실실 웃으며 옆길로 새마

이놈아, 시들지 않는 꽃이 있겠느냐

즐겁게 시드는 나를 흔들지 마라

 

폭탄처럼 터지는 재채기와

흘러내리는 콧물과 빠개지는 두통으로

불타는 몸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보느니

 

물럿거라아,

쉬이잇!

 

(『牛耳詩』2003. 1월호 제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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