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석탑 미학

洪 海 里 2005. 10. 28. 10:15

석탑 미학石塔美學

- 芝薰 선생 영전에

 

洪 海 里

 

석탑 솔밭 아래로
펄럭이던 검은 두루마기 자락
이승의 바람을 안고
저승까지 그림자를 흔드시더니
이제 술 익은 저녁 마을의 
하늘자락 속으로
훌훌히 숨 놓고 떠나가시다.

항상 시와 인생의 여운을 남기시던
강의실의 낭낭한 음성
얇고 하이얀 고깔은
서러이 가슴속에 접어 두고
역사 앞에 선
고고한 지조의 깃발
훤히 펄럭이고 있었거니…….

석탑에서 가르치던 돌의 미학은 
자연의 경건과 사랑과
고전의 조용한 흐름과
민족의 지조를 위해
자유 정의 진리의 불을 안고
우리 가슴속 훨훨 타 올랐거니…….

빛을 부르는 새가 되어
푸른 하늘 찾아 맑은 목청으로
어두운 땅을 밝히실 아침
잠시 죽음 앞에 눈을 뜨고 있다가,

낙엽처럼 훌훌히 돌아가시다니
아아, 지훈 선생
아아, 지훈 선생
서럽도록 하이얀 미소로
석탑의 솔밭 그늘을 흔드시더니 
쩌렁쩌렁 석탑을 울리시더니…….
-『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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